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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해커라는 북한인

1. 개요

2018년 미국 법무부가 사이버 공격 혐의로 처음 기소한 북한인 박진혁의 이름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 달러 규모의 해킹이 터진 뒤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 커뮤니티에는 FBI 수배 전단을 캡처해 그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해커"로 소개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은 소니 픽처스 해킹,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탈취, 워너크라이 공격에 이어 바이낸스 도난까지 그를 주모자로 의심한다는 투로 읽힌다.

다만 이 가운데 미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혐의를 제기한 것은 앞의 세 건이고, 바이낸스 사건과 그를 직접 잇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게시물이 곁들인 자금 용도나 어학 능력 같은 설명도 다른 출처에서는 찾기 어렵다. 그래서 이 글은 어디까지가 기소된 혐의이고 어디부터가 과장인지를 가르는 문제로 이어진다.

2. 미국의 기소와 혐의 내용

박진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8년 9월이다. 미 법무부는 그가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8,100만 달러 탈취,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에 가담했다는 내용의 형사소장을 공개했다. 소장은 같은 해 6월 8일 법원에 제출됐고 당시 체포영장도 발부됐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서 애초에 노린 금액은 10억 달러에 육박했다고 한다. 시사저널은 이를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이유로 북한 해커를 기소한 첫 사례라고 짚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북한을 풍자한 할리우드 영화 「더 인터뷰」에 대한 보복으로 공격이 이뤄졌다고 본다. 워너크라이는 영국 NHS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국민보건서비스(NHS) 48개 트러스트의 컴퓨터가 마비돼 수술이 취소되고 구급차가 우회했으며, 최소 6,900건의 진료 예약이 취소되고 많게는 1만 9,000건이 영향을 받았다. 이후 영국 정부 보고서는 기본적인 보안 권고가 지켜지지 않아 NHS가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혐의는 이후 확대됐다. 2020년 12월 제출된 공소장이 2021년 2월 공개됐는데, 여기에는 전창혁과 김일이 추가 피고인으로 올랐고 범행 범위도 넓어졌다. 같은 날 박진혁에 대한 체포영장이 다시 발부됐다. FBI 수배 전단에는 통신사기·은행사기 공모와 컴퓨터 관련 사기(컴퓨터 침입) 공모 혐의가 적혀 있다. 전단은 그를 북한 정찰총국(RGB) 소속 해커 집단과 연결된 국가 후원 프로그래머로 설명한다. 영어·한국어·중국어를 구사하고, 과거 중국을 드나들었으며, 마지막으로 알려진 소재지는 북한이라고 한다. 출생연도는 1984년과 1981년 두 가지로 기재돼 있다.

2018년 형사소장에는 그가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북한 위장회사 '조선엑스포' 소속으로 중국 다롄에서 일했다는 이력도 담겼다. 가디언은 당시 검찰이 그가 중국에서 활동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현재는 북한에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BBC는 미 재무부가 그를 제재 대상에 올렸고, 그가 북한 정부의 해킹 조직 중 하나인 110연구소, 이른바 라자루스 그룹과 연결돼 있다는 혐의를 받는다고 전했다.

3. 북한의 부인과 이어진 제재

미국의 발표에 북한은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2018년 9월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논평에서 박진혁을 "실체도 없는 인물"이라고 했고, 미국이 말하는 사이버 범죄는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엑스포 합영회사에 대한 제재는 "소극(farce)"이라고 불렀다. 같은 해 6월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으로 신뢰를 쌓자던 시점에 허위를 퍼뜨린다고도 비난했다.

그럼에도 FBI는 사진이 실린 수배 전단을 그대로 유포했고, 박진혁은 시사저널 보도 시점(2026년 11월 2일)에도 공개수배 대상으로 남아 있다. 2018년 미 법무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정부와 그의 송환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후에도 북한 해커들의 얼굴을 공개하며 기소를 이어왔다. 2024년에는 림종혁에게 최대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림종혁은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안다리엘' 소속으로 방위산업체와 NASA 등을 해킹한 혐의를 받는다. 동국대 윤봉한 교수는 스카이데일리에 림종혁의 체포가 단기간에 이뤄질지 미지수이며 신분을 숨기고 은밀하게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제 제재도 이어졌다. 호주 정부는 2025년 11월 라자루스 그룹, 김수키, 안다리엘, 조선엑스포 등 4개 조직·기업과 박진혁 개인을 금융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그에게 호주 입국·체류 금지 조치도 내렸다. 한·미·일 등 11개국이 참여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의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과 공조한 조치였다. 호주 외교부는 북한 사이버 범죄자들이 2024년에만 최소 19억 호주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훔쳤다고 지적했다.

4. 바이낸스 사태와 재소환

시사저널에 따르면 2026년 11월 2일 일부 외신과 가상자산 전문 매체들은 FBI가 비밀경호국(USSS), 국세청 범죄수사국(IRS-CI)과 함께 바이낸스 해킹을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으로 공식 규정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들은 박진혁의 이름을 함께 거론했고, 프랑스계 가상자산 매체 코인트리뷴은 그를 미국이 사이버 공모 혐의로 겨냥해온 대표 인물로 소개했다.

그런데 FBI의 이번 발표문에는 박진혁의 이름이 없다. 코인트리뷴 역시 그의 기존 혐의와 수배 이력을 소개했을 뿐, 이번 사건에 직접 가담했다는 새로운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2025년 북한 해커들의 가상자산 탈취액을 최소 20억 2,000만 달러로 추산했다. 시사저널은 이번 바이낸스 사건의 탈취액이 이 추산액의 약 3.1배라고 짚었다. 탈북한 컴퓨터공학 교수 김흥광은 2011년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해킹 인재 양성이 새 무기나 전투기를 사는 것보다 훨씬 싸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이를 '제2, 제3의 박진혁'이 계속 길러지고 있다는 시사로 읽었다.

5. 진위 논란

핵심 쟁점은 기소된 혐의 인물을 근거로, 박진혁 한 사람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해커"로 부르고 최근 사건의 주모자로까지 엮는 것이 사실에 부합하느냐다.

5.1. 위험한 해커가 맞다는 쪽

이쪽은 미국 정부가 한 사람에게 구체적인 혐의를 쌓아왔다는 점을 앞세운다. 미 법무부는 2018년 소니·방글라데시·워너크라이를 한 사람에게 엮은 형사소장을 냈고, 2020년 12월에는 다시 체포영장을 받아 공소장을 확대했다. 재무부 제재와 FBI 수배, 호주의 독자 제재까지 이어졌으니 단순한 의혹 제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호주의 조치는 11개국이 참여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의 보고서에 기댄 것이어서, 미국 혼자만의 주장도 아니다.

피해 규모를 보면 "가장 위험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워너크라이는 150개국 이상의 컴퓨터에 영향을 미쳤고 영국에서는 병원 업무가 멈췄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서는 8,1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게다가 북한 해커들의 가상자산 탈취액이 2025년에만 최소 20억 2,000만 달러로 추산되니 위협이 실재한다는 논리다. 체포 가능성이 낮다는 대목도 근거가 없지 않다. 미국이 북한과 송환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북한이 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이상 신병이 넘어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5.2. 과장이라는 쪽

반대쪽은 "혐의"와 "확정된 사실"이 뒤섞였다는 점을 먼저 문제 삼는다. 박진혁은 기소되고 수배됐을 뿐이고, FBI 전단도 그를 "혐의(allegedly)"가 있는 인물로 적는다. 그의 이름이 바이낸스 사건에서 나온 것도 FBI 발표문이 아니라 외신과 가상자산 매체의 언급 속에서였다. 시사저널이 짚었듯 코인트리뷴조차 새로운 근거를 내놓지 않았는데, 게시물처럼 "주모자로 의심"된다고 쓰는 것은 근거 없이 얹은 해석이다. 게시물은 탈취액을 "1조 엔 초과"라고 적었으나 시사저널 보도에는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로 나와 있어 수치부터 어긋난다.

게시물이 덧붙인 내용 중에는 다른 출처에서 확인되지 않는 것이 여럿이다. 미국 정부가 탈취 자금이 핵무기와 전략 미사일, AI 탑재 드론, 핵 크루즈 미사일 발사 구축함에 투입된다고 "확인했다"는 대목은 다른 보도에서 찾을 수 없다. 게시물은 그가 벵골어까지 유창하다고 하지만 FBI 전단에 적힌 언어는 영어·한국어·중국어뿐이다. 벵골어 이야기는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카더라에 가깝다. 오히려 전단은 그가 정찰총국 소속 해커 집단이 벌인 광범위한 범죄 공모의 일원이라고 주장한다. 한 사람을 세계 최악으로 띄우는 서술은 이 조직적 성격을 가린다는 반론도 나온다. 북한이 그를 "실체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한 것과 별개로, 미국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마지막으로 알려진 소재지가 북한이라고만 밝혔다는 점에서 의문이 남는다.

두 쪽의 주장은 서로 완전히 엇갈리지 않는다. 그가 미국에서 기소된 해킹 혐의자이고 8년째 수배 중이라는 점은 양쪽 모두 인정하며, 바이낸스 사건과의 직접 관련성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이라는 수식은 아직 근거가 부족한 채로 남아 있다.

6. 여담

  • 북한이 소니 픽처스를 해킹했다는 의심은 북한 지도자의 알몸 장면이 담긴 영화 「더 인터뷰」를 둘러싸고 나왔다고 BBC는 전했다. 당시 북한 관영 매체는 "무자비한 보복"을 경고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 가디언 기사 제목은 박진혁에게 '해커(hacker)'라는 작은따옴표를 달았다.
  • 이번 게시물의 이미지는 FBI 수배 전단을 캡처한 것이다. 전단에는 이름 표기가 Park Jin Hyok 외에 Jin Hyok Park, Pak Jin Hyok, Pak Kwang Jin 등 별칭으로 함께 올라 있다.

AI가 교차 확인한 내용

추정 발생 시기2014년 ~ 2018년
에펨코리아 게시물, 시사저널 보도, 가디언, BBC 모두 박진혁이 연루된 해킹을 2014년 소니픽처스,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2017년 워너크라이로 본다. 미국의 기소와 공개는 2018년이다(가디언·BBC는 2018년 9월 6일, 시사저널은 같은 해 6월 8일 소장 제출). 시사저널(2026-11-02)과 에펨코리아 게시물은 바이낸스 해킹도 언급하지만 시기가 명시되지 않았고 박진혁 연루도 확인되지 않아 범위에 넣지 않았다. 2020~2021년 추가 공소장과 2026년 바이낸스 관련 보도는 연대표에만 반영했다.

연대표

시기 ▲사건
2014년소니픽처스 해킹이 발생해 경영진 이메일과 직원 데이터, 개봉 전 영화가 유출됐다.
2016년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서 8,100만 달러가 탈취됐다.
2017년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이 150개국 이상을 덮쳐 영국 NHS가 마비됐다.
2018년 6월미국 법원에 박진혁에 대한 형사소장이 제출되고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2018년 9월미국 법무부가 박진혁의 혐의를 공개했고, 재무부가 제재했으며, 북한 외무성은 그가 실체 없는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2020년 12월전창혁·김일을 추가한 공소장이 제출되고 박진혁에 대한 새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2021년 2월범행 범위를 확대한 공소장이 공개됐다.
2025년 11월호주 정부가 박진혁 개인과 라자루스 등 4개 조직·기업을 금융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박진혁의 입국·체류를 금지했다.
2026년 11월FBI 등이 바이낸스 해킹을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으로 규정하자 박진혁의 이름이 다시 거론됐다.

확인된 사실

  • 미국 법무부는 북한인 박진혁(Park Jin Hyok)을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8,100만 달러 탈취,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했다. 가디언, BBC, 시사저널, 에펨코리아 게시물이 공통으로 전한다.
  • 박진혁에 대한 형사소장은 2018년 9월 6일 공개됐다. 가디언과 BBC가 날짜를 밝혔고, 시사저널은 2018년 9월로 적었다.
  • 워너크라이는 150개국 이상에 영향을 줬고 영국 의료체계(NHS)를 마비시켰다. 가디언과 에펨코리아 게시물이 전하며, BBC도 박진혁이 NHS를 마비시킨 악성코드를 만들었다고 미국이 주장했다고 전한다.
  • 미국 법무부는 박진혁이 북한 정부 산하 해킹 조직과 관련돼 있다고 본다. 에펨코리아 게시물에 담긴 FBI 전단은 정찰총국(RGB)을, BBC는 라자루스 그룹으로도 불리는 110연구소를 언급한다. 시사저널은 위장회사 '조선엑스포' 소속으로 중국 다롄에서 일했다고 전한다.
  • FBI는 박진혁을 공개수배했고, 마지막으로 알려진 소재지는 북한이다. 가디언은 그가 중국에서 활동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검찰이 지금은 북한에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에펨코리아 게시물 속 FBI 전단과 시사저널도 과거 중국을 드나들었다고 적었다.
  • FBI 수배 전단에는 박진혁이 영어·한국어·중국어를 구사한다고 적혀 있고, 출생연도는 1984년과 1981년 두 가지로 기재돼 있다. 에펨코리아 게시물과 시사저널이 공통으로 전한다. 가디언이 2018년에 전한 나이 34세와도 1984년생이 부합한다.
  • 박진혁에 대한 체포영장은 2018년 6월 8일과 2020년 12월에 각각 발부됐다. 에펨코리아 게시물 속 FBI 전단과 시사저널이 공통으로 전한다.
  • 북한은 박진혁이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BBC와 시사저널이 공통으로 전한다. 북한 외무성은 KCNA를 통해 '실체 없는 인물'이라고 논평했다.
  • 미국 재무부도 박진혁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BBC가 전하며, 시사저널은 호주 정부가 별도로 금융 제재와 입국 금지를 내렸다고 전한다. (단독 확인)

쟁점

  • 바이낸스 해킹과의 관련성: 에펨코리아 게시물은 박진혁이 바이낸스에서 1조 엔 이상을 훔친 사건의 주모자로 의심된다고 쓴다. 시사저널은 FBI가 이번 바이낸스 해킹을 북한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으로 규정했지만 발표문에 박진혁 이름이 없고, 그가 직접 가담했다는 새로운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한다. 피해 규모도 에펨코리아 게시물은 1조 엔 초과, 시사저널은 63억 달러(약 8조 4천억 원)로 다르게 적는다.
  • 박진혁의 소재: 가디언은 한때 중국에서 활동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북한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에펨코리아 게시물은 북한에 거주 중이라고 단정적으로 쓴다. 시사저널은 FBI 전단 기준으로 마지막 소재지가 북한이라고만 적었다.
  • 탈취 자금의 용도: 에펨코리아 게시물은 미국 정부가 이 자금이 핵무기·미사일·AI 드론·구축함 개발에 쓰인다고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시사저널, 가디언, BBC에는 이런 내용이 없어 확인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