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비타민 주사라더니 납 빼는 주사”…특수검진 전, 회사가 벌인 짓
1. 개요
2026년 10월 보도로,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 DN오토모티브의 울산공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비타민 주사"라고 안내한 뒤 실제로는 체내 납 배출을 촉진하는 킬레이션 주사를 투약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의 핵심은 회사가 특수건강진단에서 노동자들의 납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것을 막으려고 검진 직전에 이 주사를 맞혔느냐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검진 전 킬레이션 투약이 정부의 노동자 건강보호 조치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해 회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현재 울산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회사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뒤에는 주가가 급락했고, 국정감사에서는 노동부의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올랐으며,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2. 의혹의 내용: 비타민 주사와 검진 전 채혈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에서는 특수건강검진을 앞두고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혈액 속 중금속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킬레이션 주사를 비타민 주사라고 속여 주기적으로 맞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시스는 회사 내부 문건에 노동자별 투약 횟수와 건강검진 일정이 관리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MBC는 노동자들이 10여 년간 비타민 주사로 알고 킬레이션 주사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노동자 천진성 씨는 납 수치가 40을 넘으면 최소 네 번은 맞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사 대상을 가려내는 과정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MBC에 따르면 2024년 12월 울산공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병원 버스가 와 직원들의 혈액을 채취했다. 한 노동자는 "일하다가 '야 지금 가서 피 뽑으면 된다'" 하는 식이었다고 증언했다. 여기서 납 농도가 높게 나온 사람이 비타민 주사로 위장한 킬레이션 주사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는 메일로 두 달 뒤 정기검진에서 납 기준 초과자가 나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채혈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더 문제가 된 것은 이 출장 채혈을 나온 곳이 평소 직원들의 건강진단을 맡던 기관이었다는 점이다. MBC 취재 결과 2023년에도 혈액 검사를 한 병원 두 곳 모두 직원들의 정기검진이 이뤄진 곳이었다. 이 때문에 검진기관이 채혈의 목적을 알고 있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3. 회사의 부인과 주가 급락
의혹이 보도된 것은 10월 11일로, 조선비즈는 "전날 한 언론의 보도"로 의혹이 알려졌다고 적었다. 이튿날인 12일 장 초반 DN오토모티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8.80% 내린 3만 9,950원까지 떨어졌다. 조선비즈는 울산공장의 납 노출 문제와 킬레이션 주사 의혹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했다.
회사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킬레이션 주사를 "비타민 주사"라고 설명한 적이 없고 치료도 직원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일부 노동자가 호소하는 건강 이상과 납 노출 사이의 인과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인과는 별개로 당국 조사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4. 노동부의 조사와 수사 의뢰
노동부는 2026년 1월 말 울산공장 관련 제보를 받은 뒤 사실관계 확인과 안전보건감독, 정밀 작업환경측정을 진행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3월 23일부터 4월 17일까지의 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8건이 확인돼 입건·송치됐고 과태료 4,620만 원이 부과됐다. 조선비즈는 이를 4,600만 원으로 전했다. 납 노출 공정에는 4월 21일부터 5월 7일까지 사용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해당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기관도 부실 측정이 확인돼 6월 22일부터 9월 21일까지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노동부는 특수건강진단 직전의 킬레이션 투약이 건강보호 조치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8월 13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이 사실은 10월 12일 보도설명자료로 공개됐다. 조선비즈는 경찰이 회사와 병원에 각각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고 전했다. 노동부는 동종 배터리 제조 사업장 14곳의 기획감독과 정밀 작업환경측정도 진행 중이다. 10월 8일에는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 9명으로 "DN오토모티브 납 노출 규명과 작업환경 개선 위원회"가 출범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9월 18일 역학조사평가위원회를 열어 퇴직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를 하기로 했다.
5. 킬레이션 주사와 건강 피해 호소
뉴시스는 이번에 맞은 주사제를 EDTA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혈관에 주입한 EDTA가 몸속 중금속과 결합해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원리다. 장태원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부회장은 이 주사제가 필수 미네랄과 칼슘의 손실을 일으킬 수 있고 신장 독성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킬레이션 주사는 예방 목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혈중 납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서 납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 쓰도록 권장된다고 말했다.
주사를 맞은 직원 중 일부는 실제로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소변을 자주 보고 피로감을 느끼거나, 얼굴 한쪽이 마비되는 벨 마비, 신장 질환, 혈뇨 등이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두고 "21세기에, 일하는 노동자가 무슨 가축도 아니고. 속여서 중금속 강제 배출 약물을 투여를 하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6. 노동부 늑장 대응 논란
국회에서는 노동부가 관리 감독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MBC에 따르면 노동부 산업보건정책과장은 9월 21일 국회 토론회에서 7월 22일 임시 건강진단을 명령했지만 "노사 이견"으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는 이를 두고 노동부가 공공연히 노동자 탓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10월 16일 국정감사에서 김태선 의원은 감독관이 황산이 역류하는 현장에서 "청소하시면 된다"고 했고 "작업환경 때문에 쓰러진 노동자도 없는데"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며 추궁했다.
노동부는 킬레이션 관련 자료를 모두 수사기관에 넘겼다고 반박했고, 부산고용노동청 울산지청장도 투약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울산지청이 이달 초 보낸 답변서의 최근 5년간 투약자는 217명으로, MBC가 확인한 최소 295명보다 적었다. MBC는 한 사람이 8번까지 맞은 경우도 있어 실제 규모는 몇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가 정황을 알고도 조사를 멈췄다는 보도도 나왔다. MBC가 확보한 노동부의 5월 공문에는 특수건강진단 기관이 "조작용 수치 확인"을 위한 혈액 채취를 대행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권한이 없다며 조사를 중단했고 검진기관을 수사 의뢰하지도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류현철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검진기관의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 "지금 확인된 사항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던 터라, 이 공문은 해당 답변과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7. 진위 논란
핵심 쟁점은 DN오토모티브가 킬레이션 주사를 비타민 주사로 속여 검진 수치를 관리하려 했느냐, 아니면 노동자의 자율적 선택에 따른 치료였느냐다.
7.1. 노동자를 속인 조직적 투약이라는 쪽
이쪽은 "자율"이라는 말과 실제 정황이 맞지 않는다고 본다. 투약이 노동자 개인의 선택이었다면 회사 내부 문건에 노동자별 투약 횟수와 검진 일정이 함께 관리될 이유가 없다. 병원 버스가 오면 "피 뽑아라" 하는 식으로 채혈이 이뤄졌고, 납 수치가 40을 넘으면 최소 네 번 맞는다는 증언이 있다. 기준과 절차가 있는 투약이었다는 주장이다. 회사가 메일에서 채혈을 두 달 뒤 정기검진의 기준 초과자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도 투약이 검진을 겨냥했다는 의심을 키운다.
검진기관의 동원도 이 의심을 뒷받침한다. 출장 채혈을 한 곳이 2023년과 2024년 모두 직원 정기검진을 맡은 기관이었고, 노동부는 5월 공문에 "조작용 수치 확인"을 위한 채혈 대행 정황을 적었다. 이쪽은 킬레이션이 증상과 농도 조건을 갖춘 환자에게 쓰는 치료인데, 주기적·반복적으로 투약했다면 치료가 아니라 수치 관리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투약자가 노동부 집계로 217명, MBC 확인으로 최소 295명에 이르고 한 사람이 8번까지 맞았다는 점은 이를 개인 선택의 우연한 합으로 보기 어렵게 한다. 이쪽은 노동부 스스로 방해 행위로 판단해 수사를 의뢰했다는 점도 든다.
7.2. 의혹일 뿐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쪽
회사는 킬레이션 주사를 비타민 주사라고 설명한 적이 없고 치료는 직원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일부 노동자가 호소하는 건강 이상과 납 노출의 인과관계도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황은 이 논리에 여지를 준다. 업무방해 혐의는 노동부가 "판단"해 수사를 의뢰한 단계이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유무죄가 가려지지 않았다. 검진기관이 채혈 목적을 알았는지도 노동부 본부장 답변대로 "확인된 사항"이 없다. 공단의 집단 역학조사와 노·사·정 위원회가 이제 막 출범한 만큼 납 노출과 건강 이상의 관계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다만 검진기관 한 곳이 2021년과 올해 회사로부터 킬레이션 주사 자문 요청을 받고 "찬성하지 않는다"는 소견을 전했다고 밝혔다는 점은 회사가 이 주사의 성격을 몰랐다고 하기 어렵게 만든다.
양쪽 주장은 수사 결과와 역학조사가 나오기 전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8. 여담
- 킬레이션이라는 말은 '집게발'을 뜻하는 그리스어 'chelos'에서 유래했다. 중금속을 집게처럼 붙잡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치료라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 킬레이션 주사는 정식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동맥경화 완화 목적의 오프라벨 처방으로 쓰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3년 일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지만, 장기 연구는 알려지지 않았다.
- 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천진성 금속노조 DN오토모티브울산지회 수석부지회장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10월 14일 방송)에 출연한 것으로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