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5개월 아기 사망 수사에 소아응급실 압수수색···의료계 강력 반발
1. 개요
2026년 7월 경기 남부의 한 대학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환아가 60분간의 심폐소생술에도 숨진 데 이어, 약 두 달 뒤인 9월 30일 경기남부경찰청이 같은 센터에 진료 중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의료계와 경찰이 공방을 벌였다. 의협신문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아주대병원이다.
발단은 환아의 죽음이었지만 논란의 중심은 곧 수사 방식으로 옮겨 갔다. 경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진료에 지장이 없도록 최소한으로 집행했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영아를 치료하던 응급실에 경찰이 들어와 진료가 중단됐고, 자료 요청도 없이 강제수사부터 했다고 맞선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사과와 책임 규명, 응급실 수사 준칙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2. 환아 사망과 경찰 신고
이지숙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사건은 7월 응급실에서 시작됐다. 의료진은 약 60분간 심폐소생술을 이어갔지만 환아는 끝내 숨졌다. 연합뉴스가 전한 대한소아응급의학회 설명으로는 이 아이는 청색증으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한 유튜브 영상(뉴스TV조선)은 사망한 아이를 5개월 아기라고 소개했다.
보호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이 센터장은 형사 2명이 응급실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수사대 소속 경찰관 3명이 카메라를 들고 추가로 진입했다. 이 센터장은 당시 의료진이 환아 처치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진료를 기다리는 다른 환자도 있었는데, 의료진이 경찰과 면담해야 했고 처치가 끝나지 않은 공간이 촬영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치료하던 의사와 간호사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형사 고소가 이어졌다고 소아응급의학회는 설명한다. 조선일보는 「의료 과실 고소했다고… 응급실도 압수수색 해야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지만, 이 기사에서 확인되는 것은 제목뿐이어서 고소의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다.
3. 9월 30일의 압수수색
사고 약 두 달 뒤인 9월 30일, 경기남부경찰청은 환아 사망사건 수사의 일환으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의학회는 이 시기를 두고 병원이 이미 수사에 협조하고 있었고 사망진단서에 따라 경찰이 사실관계도 확인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진료 중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당일 응급실에는 약 6개월 된 영아가 한 시간 이상 경련을 이어가며 치료받고 있었다. 전문의가 여러 약제를 썼지만 경련이 바로 멈추지 않아 추가 처치와 상담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환아가 간신히 안정된 뒤 경찰이 센터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약 1시간 30분 동안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의 컴퓨터를 차례로 확인했고, 간호파트장도 별도 공간에서 한 시간가량 자료 요청에 대응했다. 이 때문에 간호 업무가 끊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말이다.
한편 대한소아응급의학회 쪽 설명은 시점이 조금 다르다. 류정민 회장은 항경련제를 연속 투약하고 기관 삽관까지 준비하던 중 아이의 호흡을 간신히 확보하고 필수 처방을 입력하던 바로 그 순간 경찰이 진입했다고 말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도 컴퓨터로 처방을 내리던 의사에게 확인을 위해 자리를 비우라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센터장의 "안정화된 뒤"라는 표현과 학회의 "처방을 입력하던 순간"이라는 표현이 엇갈리지만, 영아 환자가 치료 중이었다는 점은 의료계 설명에서 일치한다.
4. 경찰의 해명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은 진료에 지장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가 전한 경찰 설명은 이렇다. 수사팀은 오전 9시 30분쯤 병원에 도착했고, 오전 11시쯤 센터 내 진료실 3곳을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1곳에 환자가 있어 나머지 2곳의 내부 구조와 치료 장비 유무만 우선 확인했고, 이 과정은 약 15분이 걸렸다. 대기 중인 다른 환자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경찰은 이후 4시간여를 기다려 오후 3시 30분쯤 나머지 진료실의 환자 진료가 끝났다는 병원 측 연락을 받고서야 빈 공간에 들어가 약 2분간 내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사안이며, 응급실이라는 장소의 특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시간 안에 내부 구조만 확인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는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환자가 없어 진료 방해가 없었다", "17분 만에 신속히 종료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한다.
5. 의료계 반발의 확산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10월 1일 성명을 내고 "진료 중인 응급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필수 소아의료를 위축시킨다"고 규탄했다. 소아응급센터는 수초의 지체로도 아이의 생사가 갈리는 곳인데, 갑작스러운 수사 인력의 방문이 의료진의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자의무기록은 사후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며 영장을 앞세운 것은 비례성과 최소 침해 원칙을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의협의 김성근 대변인은 환자를 보고 있는 응급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응급실을 예비 범죄 현장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의료진의 의구심을 다시 일깨웠다고 말했다.
비판은 곧 다른 단체로 번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0월 6일 성명에서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의 최소침해 원칙과 응급의료법 제12조의 진료방해 금지 조항을 들어, 영장에 따른 수사도 환자 안전과 진료의 연속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무기록, 처방, 검사 결과, CCTV, 근무기록처럼 진료 공간 밖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데도 현장 진입을 강행한 이유를 수사기관이 설명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후쿠시마현립 오노병원 사건 무죄 확정 이후 일본이 의료사고 수사를 자제하고 신중히 진행하는 방향을 확립한 사례도 언급했다.
10월 15일에는 의협과 소아응급의학회가 국회 소통관에서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택우 회장은 경찰이 강제수사에 앞서 한 차례의 자료 요청도, 임의제출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도 이날 회견장에 나와 당시 상황을 전했는데, 그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진료를 지키면서 수사할 최소한의 절차와 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소아응급센터를 치외법권의 성역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전문의 이탈과 응급센터 지정 반납이 현실화되면 책임은 수사당국에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신문의 관련기사 제목에는 소아응급의학회의 "센터 반납 논의", 국정감사에서의 책임자 증인 채택, "경찰청과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겠다는 정부 입장 등이 올라 있다.
6. 진위 논란
핵심 쟁점은 이번 압수수색이 응급 진료에 실제로 지장을 줬느냐, 그리고 응급실 현장에 직접 들어가는 강제수사가 꼭 필요했느냐다.
6.1. 진료를 방해하지 않은 정당한 영장 집행이라는 쪽
경찰의 논리는 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됐고 집행 방식도 최소화됐다는 것이다. 환자가 있던 진료실은 건드리지 않고 4시간여를 기다렸다가 진료가 끝난 뒤에야 약 2분간 빈 공간만 확인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나머지 2곳 확인에 걸린 시간도 약 15분이고 그때 대기 중인 다른 환자도 없었다고 한다.
강제수사를 택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의협신문 관련기사 제목에 따르면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위변조 우려"를 해명으로 내놨다. 또 소아응급의학회가 전한 바로는 국정감사에서 경찰 책임자가 "임의제출보다 강제수사가 의혹 해소에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6.2. 환자를 치료하던 응급실에 들어간 과잉수사라는 쪽
의료계는 우선 경찰이 말하는 "방해 없음"이 현장과 맞지 않다고 본다. 영아가 한 시간 넘게 경련하며 항경련제를 투약받고 삽관까지 준비하던 때에 경찰이 들어왔고, 처방을 입력하던 의사에게 자리를 비우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의사·간호사 컴퓨터 확인이 약 1시간 30분, 간호파트장 대응이 약 한 시간이었다고 했으니 "17분"이라는 숫자는 진료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논리다. 학회는 오전 응급실에 이어 오후 외래 진료실에서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과, 대기 환자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응급실의 방해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더 근본적인 반론은 꼭 이런 방식이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의협은 자료 요청이나 임의제출 요청이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소아응급의학회는 병원이 이미 수사에 협조하고 있었고 의무기록은 사후 위·변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의대교수협은 처방·검사 결과·CCTV·근무기록이 진료 공간 밖에서도 확보할 수 있는 자료라고 지적한다. 의대교수협은 사건 발생 두 달 뒤에 응급진료 공간에 직접 진입해야 했던 증거가 무엇이었는지 수사기관이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료계는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응급의료진의 이탈과 방어 진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양쪽의 사실관계는 아직 맞물리지 않는다. 경찰이 확인했다는 시간과 공간, 의료계가 주장하는 진료 상황과 진입 시점이 서로 다르고,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진료가 얼마나 지연됐는지를 확인할 독립적인 기록은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환아의 사망 원인과 의료 과실 여부도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아, 이 논란은 수사 방식의 적절성에 한해 판가름 나지 않은 상태다.
7. 여담
- 더쿠에는 "응급실에서 60분간 소아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환아가 사망하자 보호자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들이 밀고 들어옴"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 붙은 방송 캡처에는 "과학수사대가 진입했습니다", "들이닥친 경찰.. 센터장의 '분노'"라는 자막이 달려 있었다.
- 사망한 아이의 나이는 한 유튜브 영상 제목에서 5개월로 소개됐다. 반면 압수수색 당일 응급실에서 치료받던 영아는 의협신문과 메디파나뉴스에서 6개월로 나온다. 두 아이는 서로 다른 환아라 혼동하기 쉽다.
- 의협신문 발행인은 기자회견 당사자인 김택우 의협 회장으로 표기돼 있다. 의료계 입장을 전하는 기사들을 읽을 때 참고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