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목함지뢰 부상 장병 민간병원 치료비 국가부담…군인연금법 시행령 개정
1. 개요
2015년 DMZ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를 두고 "국가는 치료비도 안 대 주면서 2억 원짜리 발목 동상을 세웠다" 는 이야기가 2026년에 사실과 사실 아닌 것이 뒤섞인 채 다시 확산됐다.
2026년 9월 21일 DMZ에서 또다시 지뢰 추정 폭발로 장병들이 크게 다치자, 커뮤니티에는 "정말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지뢰 발목절단 사건 후속대처" 같은 제목으로 세 가지 주장을 담은 글이 돌았다. 치료비를 끝내 부담하지 않아 하 하사가 사비로 치료받았다는 것, 국방부 위로금 2천만 원 가운데 1천만 원은 사병 월급을 강제로 걷어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2억 원을 들여 발목 동상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 글은 "K-군대" 라는 한 줄로 끝맺으며 공분을 샀다. 그러나 하나하나 따져 보면 세 주장은 각각 "한때 사실이었지만 곧 바로잡힌 것", "다른 사건과 섞인 것", "사실이지만 맥락이 빠진 것" 에 가깝다.
2. 2015년 목함지뢰 도발
2015년 8월 4일 경기 파주의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중이던 육군 1사단 수색대대원들 앞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잇따라 터졌다. 이 사고로 하재헌 하사는 오른쪽 다리 무릎 위와 왼쪽 다리 무릎 아래를 잃었고, 김정원 하사도 다리를 크게 다쳐 절단 수술을 받았다. 이는 남북 간 포격전과 고위급 접촉으로까지 이어진 2015년 8월 위기의 시작이었고, 자연스럽게 두 하사에게도 큰 관심이 쏠렸다. LG그룹은 사고 직후 두 하사에게 각각 5억 원의 위로금을 주기로 했고, 하 하사가 입원한 분당서울대병원 교직원과 노조도 모금으로 1,600만 원을 전달했다.
3. 첫째 주장 — "치료비는 사비로"
이 주장은 2015년 9월 초의 실제 논란에서 나왔다. 당시 군인연금법 시행령은 공무 중 다친 군인이 민간병원에서 치료받을 경우 요양비를 30일까지만 지원하도록 돼 있었다. 이 때문에 국군수도병원이 아닌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이어 가던 하 하사는 9월 3일부터 치료비를 자비로 내야 하는 처지라는 사실이 국회의원실을 통해 알려졌고, 여론은 들끓었다. 나라를 지키다 두 다리를 잃은 장병에게 병원비를 내게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대응은 빨랐다. 논란이 커진 이튿날인 9월 5일 국방부는 민간병원에서 추가된 진료비에 대해서도 자비 부담이 일절 없도록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20일에는 군인연금법 시행령을 고쳐, 전투나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작전 중 다친 간부의 민간병원 요양비 지원 기간을 30일에서 최초 2년, 필요하면 1년 더 늘릴 수 있게 했다. 따라서 "끝내 부담 못 해 준다며 결국 사비로 치료받았다" 는 게시물의 서술은 논란의 시작만 옮기고 그 뒤의 경과를 빼 버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 둘째 주장 — "위로금 1천만 원은 사병 월급에서"
이 주장은 하 하사가 아니라 다른 장병의 사건과 섞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1월 정의당은 같은 해 6월 DMZ 작전 중 지뢰 폭발로 다친 21사단 곽 중사에게 전달된 위로금 약 1,100만 원이 "자율 모금" 이라는 이름으로 장병 기본급의 0.4%를 사실상 강제로 걷어 만든 것이라고 폭로했다. 국방부는 부대원의 76.4%가 자율적으로 참여해 약 930만 원을 모았고 여기에 지휘관 격려비를 더한 것이며, 곽 중사의 치료비 1,950만 원 가운데 1,200만 원은 보험공단에서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군 관계자는 모금 대상도 직업 군인인 하사 이상이었을 뿐 월급이 몇만 원인 병사들은 동원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게시물의 "위로금 2천만 원 중 1천만 원" 이라는 숫자는 바로 이 곽 중사 건의 치료비(약 2천만 원)와 성금(약 1천만 원)과 거의 겹친다. 이로 볼 때 시간이 지나며 두 사건이 하나로 합쳐져, 더 유명한 하 하사의 이야기로 굳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하 하사와 무관하다고만 할 수도 없다. 같은 폭로에서 2015년 8월 목함지뢰 두 하사를 지원하기 위해 육군 전 간부와 군무원에게 기본급 0.4%를 내도록 하는 "성금 자율 모금" 공문이 내려간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즉 "장병 돈을 걷었다" 는 뼈대에는 근거가 있지만, "사병 월급" 과 "국방부 위로금 2천만 원" 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5. 셋째 주장 — "2억 들여 발목 동상"
이 주장은 사실이다. 육군 제1군단과 효성그룹은 2억 원을 들여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무릎 아래 다리가 서 있는 모양의 높이 11m 조형물 "평화와 하나됨을 향한 첫걸음", 이른바 "평화의 발" 을 세웠고, 2015년 12월 23일 제막식에는 하재헌·김정원 하사와 1사단 수색대대 장병들도 참석했다. 당시에도 부상 장병의 치료가 아니라 조형물에 2억 원을 쓰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있었고, 이후 "그로테스크한 흉물" 이라는 평가가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2026년에 퍼진 버전은 여기에 엉뚱한 맥락을 덧씌웠다. 일부 게시물은 이 조형물을 "이재명 정부가 세웠다" 고 소개했고, 실제 조형물과 다른 "발목만 있는" 이미지가 부상 군인 사진과 함께 퍼졌다. 오마이뉴스는 2026년 9월 28일 이 주장을 "거짓" 으로 판정하면서, 조형물은 11년 전에 세워진 것이고 함께 퍼진 이미지는 AI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조형물은 최근 사고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6. 그 뒤 — 전상 판정 논란
국가의 "후속대처" 에 대한 불신이 아주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하 하사는 전역할 때 육군에서 "전상" 판정을 받았지만, 2019년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공상" 판정을 내렸다. 적과의 교전 중 다친 것이 아니라 일반 공무 중 다친 것으로 본 셈이라 거센 반발이 일었고, 결국 재심의에서 "전상" 으로 뒤집혔다. 2026년 9월 사고 뒤 보훈부 장관이 "북 도발에 의한 희생으로 적극 심사하겠다" 고 서둘러 밝힌 데에도 이 일의 기억이 깔려 있다.
7. 진위 논란
이 게시물의 핵심 쟁점은 군이 부상 장병을 홀대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 아니면 왜곡된 기억이 공분을 키운 것인가이다.
7.1. 홀대였다는 시각
게시물의 세부가 틀렸다 해도 큰 줄기는 사실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하 하사가 며칠이나마 실제로 병원비를 자비로 내야 할 처지였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그것도 언론과 국회가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바로잡혔다. 부상 장병 지원을 위해 간부들의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걷는 공문이 내려갔다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해 연말 2억 원짜리 조형물을 세운 것, 4년 뒤 보훈처가 "공상" 판정을 내렸다가 뒤집은 것까지 이어 보면, 국가가 다친 장병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불신은 쌓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7.2. 왜곡이라는 시각
그러나 게시물은 결정적인 대목을 모두 빼거나 바꿔 놓았다. 치료비는 논란 이튿날 국방부가 전액 지원으로 바로잡았고, 시행령까지 고쳐 지원 기간을 30일에서 2년으로 늘렸다. "사병 월급 강제 징수 위로금 1천만 원" 은 하 하사 건으로 확인된 적이 없고, 숫자는 다른 장병인 곽 중사의 사례와 일치한다. 조형물은 2015년 군단과 기업이 세운 것인데, 2026년 버전에서는 현 정부의 일로 둔갑하고 AI 이미지까지 덧붙었다. 이로 볼 때 이 게시물은 새 사고에 대한 분노를 타고, 11년 전의 논란 조각들을 맥락 없이 이어 붙여 퍼진 것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8. 여담
- "평화의 발" 의 정식 이름은 "평화와 하나됨을 향한 첫걸음" 이다. 경기도는 설치 공간과 전기를 제공했다.